이 글은 한로로의 〈잔혹한 천사의 테제〉를 들으면서 읽으면 좋습니다.
무려 한 달 만에 글을 쓰네요. 글을 못 쓴 건 게으름이라 읽고 핑계라고 쓰지만 나름 바빴습니다. (인스타 스토리를 확인하며) 주말마다 조카를 봐주러 다녀온게 가장 큰데요.

요 근래 평소 관심 없던 것들을 가까이한 것 같아요. 친구들과 방탈출도 하고 보드게임에 빠졌고, 난생처음 소설에 빠져서 몇 권을 내리 읽어댔네요. 판타지, SF 영화는 죽어도 안 보는데 호프(HOPE)라는 영화도 재미있게 관람하고 후기 영상까지 모조리 봤어요.

이렇게 취향은 나이가 들며 달라지기도, 확장되기도, 단단해지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예전에는 관심도 없던 걸 어느 순간 좋아하게 되는 걸 보면 취향에도 때가 있나 봐요.
아 그리고 중간에 홀로 고성으로 여행을 다녀왔어요. 오랜만에 즉흥으로 떠난 여행인데 달리기도 하고 책도 읽고, 짧은 1박 2일이지만 충분히 즐기다 왔습니다.

사실 이번 고성은 생각 정리를 하러 다녀온 여행이거든요.
최근 이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이직을 할지 말지 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조용한 곳으로 도피하여 생각을 정리하고 왔습니다.
결론은 기존 회사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옮기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직이 한두 번도 아니고 정말 많이 해봤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더 오래 고민했습니다. 지금의 결정이 몇 년 뒤 후회가 되거나 걸림돌이 되면 안 되잖아요. 리스크는 있지만 나름 길게 미래를 그려보고 기존 조직과 헤어지기로 했습니다.
이직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이제는 어떻게 기존 인연들에게 헤어짐을 알릴지가 고민이었는데요. 보기보다 에겐력이 있어서 나름 섬세한 편입니다. 그동안의 감사함과 아쉬움을 전하고 기분 좋은 안녕을 하고 싶었어요.
막상 떠난다고 생각하니 같이 일하면서 별생각 없이 보냈던 시간들도 조금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회사라는 곳은 일이 싫으면 그렇게 싫다가도 정작 떠날 때가 되면 사람 때문에 아쉬워지는 이상한 곳입니다.
인연이라는 게 참 재밌습니다.
이때였기에 만날 수 있었고, 이때였기에 웃을 수 있었고 하필 때가 되었기에 미련 없이 서로의 길을 응원하고 아름답게 흩어지는 것. 저는 이걸 시절인연이라고 보고 있어요.
또 난생처음 새로운 인연을 마주할 기회도 생겼어요.
최근에 노트폴리오에서 진행하는 워크숍 강사로 계약을 했거든요.
쉽게 말해 주말 하루 오프라인에서 학원 강사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직 모객 중인데 수강 인원이 미달되면 진행하진 못해요. ㅠ
강의는 AI를 활용한 UX 디자인에 대한 내용입니다.
회사에서 겪었던 경험을 활용해서 가르치는 거니 이 자리를 빌려 회사에 먼저 감사함을 표합니다. 수x님 압도적 감사!
거진 10년 전에는 취업하고 싶어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락거리던 곳인데, 이제는 그곳에서 누군가를 가르치게 됐네요. 그때의 저는 이런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겁니다. 10년 뒤에는 또 뭘 하고 있으려나.
무튼 입추가 지나자마자 불쾌한 공기가 점점 반가워지고 있네요.
다들 반가운 바깥 공기 마시며 평안하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