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아이유의 〈아이와 나의 바다〉를 들으면서 읽으면 좋습니다.
과거에 디자이너 취업을 도와주는 컨설팅을 했었습니다. 감사하게도 몇 분과는 지금까지 인연이 이어졌어요.
포트폴리오를 피드백해 주는 짧은 만남도 있었지만 일정 기간 주기적으로 만나 과제를 내드리고 피드백과 개인 고민까지 나누는 취업 프로그램도 운영했던 적이 있어요.
그곳에서 만난 한 수강생을 이번 주에 만났습니다. 감사하게도 이직에 성공했다며 먼저 연락이 왔거든요. 연봉도 많이 올랐다고 커피 한 잔 사고 싶다며 제가 있는 곳까지 찾아와 주셨어요.
짧은 안부를 뒤로 한 채 고민 상담이 이어졌습니다. 원하는 일을 하게 되어 기쁘지만 팀장님과 대표님과의 관계에서 회의감을 느낀다고 하셨어요. 회사 생활 다들 해보셔서 아시겠지만 스트레스의 근본적인 원인은 일이 아니라 인간관계잖아요.
감정적인 위로는 잠깐 밖에 못 해드리고 제 경험담을 나눠드렸어요.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초반에 신뢰 자산을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상대의 의견에 최대한 경청하고 반대되는 게 있어도 일단 동의해 본 뒤에 다른 안을 조심스럽게 제안해 보시라고. 저도 물론 어렵습니다만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는 계속 시도하고 즐기려고 하는 게 낫잖아요.
한참 얘기하던 와중에 수강생분이 갑자기 물었어요.
"성우님, 책 많이 읽으세요?"
질문의 의도가 궁금했지만 최근엔 많이 읽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더니, 본인이 최근에 읽은 책에 나온 말과 거의 비슷해서 신기하다고 하시더라고요.
틀린 말은 아니에요. 사회 초년생 때부터 직무 관련 책과 자기 계발서 위주로 독서량을 늘려왔고, 책에서 동기를 얻고 사고를 확장해 왔거든요. 지금 제가 가진 철학도 결국은 책에서 시작해 조금씩 다듬어진 거겠죠.
남들에게 조언을 할 때 제 제한된 경험을 꺼내는 게 늘 조심스럽고 오히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책을 가까이하고 글을 쓰고 공유하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특히 저는 요즘 에세이 발행에 힘을 쏟고 있는데요. 죽기 전까지 제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쓰고 싶기 때문이에요. 다만 직무 관련된 책은 쓰고 싶지 않더라고요. 책 한 권을 만들려면 정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직무 책을 쓰고 나면 남는 게 결국 커리어 발전과 개인 브랜딩 정도일 것 같더라고요.
그에 반해 에세이나 소설을 쓰면, 글을 쓰는 과정에서 저를 더 관찰하고 더 사랑하게 되고, 사고도 확장되고, 인생을 되돌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같은 에너지를 쓰더라도 저에게 더 도움 되는 걸 쓰고 싶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아마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느꼈던 감정과 경험을 시간순으로 풀어내고 싶어요. 그 대신 허구와 실제 제 경험이 공존하는 형태로요. 문가영 배우님의 파타(PATA)라는 책이 그런 결에 가까운 것 같아요. 저도 언젠가 그런 책 한 권을 남기고 싶습니다.
역시 저는 오프라인에서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고 일상과 취향을 향유하는 시간이 즐겁고, 이런 시간에서 훨씬 더 발전하고 에너지를 얻거든요. 이번 만남도 수강생분의 고민을 나누기 위한 자리였는데, 오히려 제가 더 많이 얻고 배운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항상 책을 가까이하고 끝없이 고찰하고 끄적여 보시길 바랍니다. 저의 글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닿아 작은 움직임에 도움이 되길 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