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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역치

이 글은 뱃사공(Feat. YDG)의 〈레인보우〉을 들으면서 읽으면 좋습니다.

요즘은 행복의 역치가 낮은 사람들이 부러워요.

퇴근하고 편의점 신상 아이스크림 하나 먹으면서도 “오늘 하루 보상받았다” 하고, 카페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들이요.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이 아니라 작은 일에서도 즐거움을 잘 발견하는 것 같아요.


AI가 등장하고 세상이 정말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사람이 며칠씩 붙잡고 있어야 했던 일을 순식간에 해결하고, 예전에는 엄두도 못 냈던 것들을 혼자 해내기도 해요. 생명을 살리는 기술부터 일상의 불편함을 줄여주는 것들까지. 분명 좋은 점은 많겠죠.

그런데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인간도 행복해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할 수 있는 건 이렇게 많아졌는데 불안하고 외롭다는 이야기는 여전히 많고요.


인스타그램만 봐도 그렇습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친구의 일상을 쉽게 볼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인데요. 딱 거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굳이 몰라도 됐을 사람들의 삶까지 더 많이 보게 되잖아요. 누군가는 얼마를 벌었고, 어떤 집에 살고, 어디로 여행을 갔는지.

각자의 가장 좋은 순간들만 모여 있으니 그걸 보고 있으면 평범하게 잘 지내던 사람도 자기 삶이 부족하게 느껴질 것 같아요. 삶에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닌데 자꾸 비교하게 되고요. 예전에는 몰라도 됐을 기준들이 너무 가까이 있어요.


더 편해지고 더 많은 걸 누릴 수 있게 됐는데 오히려 더 불행해지는 것 같고요. 앞으로 기술은 더 좋아질 텐데 우리는 앞으로 어떨까요?


그래서인지 이런 시대에 작은 걸로도 잘 웃고 즐기는 사람들이 더 부러워요. 행복해지는 데 그렇게 많은 게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요.

예를 들어 같은 영화를 보고도 누구는 돈이 아까울 만큼 재미없었다고 하고, 누구는 너무 재밌었다고 하잖아요. 재미없게 본 사람은 그게 왜 재밌지 싶을 수 있겠죠. 저런 걸 재밌게 보다니 이해가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근데 오히려 부러운 일 아닌가 싶어요.
같은 돈을 내고 같은 시간을 보냈는데 그 사람은 즐거웠던 거잖아요. 누군가에게는 돈 아까운 두 시간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기억하고 싶고 한참 이야기하고 싶은 시간이 된 거죠.


영화뿐만 아니라 뭘 하든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불편하고 아쉬운 것도 있었을 텐데 좋았던 걸 더 많이 이야기하는 사람들.

누구는 월 200만 원으로도 본인이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삶을 즐기고, 누구는 월 1,000만 원을 벌어도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자신을 괴롭히고요. 물론 각자 감당해야 할 생활이 다르니 숫자만으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요.


세상에는 점점 더 대단한 것들이 많아지는데 편의점에서 처음 먹어본 아이스크림 하나가 맛있어서 오늘 기분 좋았다고 하는 사람.

요즘은 그런 사람이 제일 부럽습니다.